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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달라는 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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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620회 작성일 20-06-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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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 달라는 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산은 살아있어 / 박경효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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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에게 산은 소중했다.

큰 산이나 명산은 그 자체로 신성시했고, 작은 산이라도 산신이 머문다고 생각했다. 산신제를 올리며 지역민의 안위를 빌고, 조상의 묘를 쓸 때도 산신에게 신고했다. 산을 ‘살아있는 용’ ‘어머니’ 같은 존재로 인식하고 귀하게 대했다. 산은 마을과 집들을 품었고, 살아있는 산의 힘을 빌려 침입자를 막았다. 험한 산에는 절을 지어 기운을 다독였다. 산의 맥이 끊어질 것 같은 때는 흙을 돋우고 나무를 심어서 맥을 이어 주었다. 그렇게 산은 살아있었다.


현대인들 산 이용만 할 뿐 그 아픔 몰라

생명·삶의 터전인 산 급속도로 죽어 가


요즘 사람들에게 산은 어떤 존재인가? 예전 사람들이 산을 살아있는 존재로 대했다면 요즘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산은 갖가지 자원들이 묻혀 있는 곳일 뿐이지.’ 산에서 사람들은 필요한 만큼 자원을 캐내기만 할 뿐이다. 산의 아픔은 모른다. ‘산은 바다를 메우는 흙일 뿐이야.’ 산을 깎아서 그 흙으로 갯벌을 덮으면 돈이 되는 땅이 넓어진다고 좋아한다.

스키를 타기 위해, 골프를 치기 위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새 도로를 놓기 위해 산은 언제든 깎고 파내도 되는 존재가 됐다. 산이 신선한 공기와 맑은 물을 만든다는 목소리, 산속에 수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는 이야기는 더 빠름과 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잘 들리지 않는다. 산을 좋아한다는 이들도 정상까지 올라가서 “야호”를 외치기만 할 뿐 살아있는 산이 겪는 아픔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산이 아프다. 산의 살과 뼈인 흙과 바위는 허물어지고, 풍성하던 나무와 풀도 사라진다. 산에서 뛰어놀던 동물들도 산과 함께 사라져 간다. 〈산은 살아있어〉를 쓰고 그린 박경효 작가는 화가이면서 그림책 작가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은 박 작가가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발간한 세 번째 그림책이다.

현대인들은 산에 큰 구멍을 뚫으면서도 그로 인한 경제적 효과만을 생각한다. 작가는 인간이 자신의 행위 때문에 사라지는 수많은 생명과 산의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림책 앞쪽에 우리의 전통적 자연관을 보여주는 풍수 이야기를 배치한 것도 ‘산과 생명의 소중함’을 되새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산을 살려주세요.’ 작가는 우리가 누리는 편리의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산이 죽어간다고 말한다. 천성산 지율 스님이 했던 “산이 살아있다. 도롱뇽처럼 살아있다”고 말한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자고 말한다. 지금도 다른 곳에서 편리를 위해 오랫동안 곁을 지켜온 자연을 밀어내고 깎아낸다. 경제성과 효율성에 밀려 정작 생명과 삶의 터전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우리. 진짜 이대로 괜찮은 걸까? 박경효 글·그림/호밀밭 어린이/52페이지/1만 5000원. 오금아 기자 chris@



[출처: 부산일보] http://www.busan.com/view/busan/view.php?code=2020062518140715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