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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로피와 생명_손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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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7-12-14 16:22 조회33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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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빨 17.12.14

엔트로피와 생명

손재서

 

 

생체저장장치

몇 달 전, 과학을 주제로 하는 팟캐스트 방송에서 이런 기사가 나왔다. 미국의 한 의과대학 연구실에서 바이러스의 DNA를 정보저장장치로 이용하는데 성공했다는 기사였다. DNA는 컴퓨터의 하드디스크처럼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저장장치이므로 같은 원리로 DNA에 유전정보가 아닌 디지털정보를 담을 수도 있다는 가설 하에 실험을 하였고, 8초 분량의 동영상 파일을 바이러스의 DNA에 저장했다가 컴퓨터를 이용해 재생하는데 성공하였다는 내용이었다.

체격에 따라 30~100조개의 세포를 가지고 있는 인간은 엄청난 용량의 하드디스크를 장착하고 있는 셈인데 이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우리는 지식습득을 위한 노력에서 해방될 수도 있겠다. 편의점에서 게임용 기프트카드를 구입하듯이 100만 가지 지식은 99천원, 1000만 가지 지식은 99만원, 혹은 서울대를 나온 박사가 엄선해서 선정한 명품지식은 백화점에서 500만원에 팔리는 세상은 역시나 지식의 빈익빈부익부 세상이겠지. 아니다 하드디스크 용량은 세포 개수에, 세포 개수는 체격에 비례하니까 덩치가 지식의 척도가 될 수도 있겠구나. 아니 그러면 여성의 세포수가 남성의 세포수보다 평균적으로 적으므로 지식이 모자라는 미성년자와 여성에게는 투표권을 제한하는 법적제도가 다시 생겨날지도……

책상에 커피 흘린 것도 모르고 과학기술이 불러올 디스토피아에서 혼자 허우적거린다.

 

무한동력기관 혹은 영구기관

영구기관 : 한번 외부에서 에너지를 전달받으면 더 이상의 에너지 공급 없이 스스로 영원히 작동하며, 에너지 전환 효율이 100%인 기관.(위키백과)

무한동력기관은 세상의 모든 발명가들이 꿈꾸는 이상향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허청에 접수되는 발명 아이디어 중 몇 건은 무한동력기관에 관한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자세히 검증하지는 않는다지 아마.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무한동력기관에 대한 아이디어만으로는 접수를 받지 않으며 반드시 실물과 함께 제출하여 검증을 받아야 한다. 영국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권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무한동력기관에 관한 특허는 아예 접수를 받지 않는다고. 완제품을 만들 수만 있다면 발명가 개인으로서는 삼성일가 부럽지 않은 재물을 불러 모으는 것이요, 인류에게는 에너지문제와 환경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파라다이스를 열어 줄 무한동력기관은 왜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일까?

이유는 이것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렇게 단정 지을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과학자들은 이것이 열역학 제 2법칙을 위배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한다. 열역학 제 2clr은 다른 말로 엔트로피 법칙이라고도 한다.

 

엔트로피

열역학 제 2법칙 : 열적으로 고립된 계의 총 엔트로피는 증가한다는 법칙. 열에너지가 모두 일로 전환될 때, 다른 추가적인 효과를 동반하지 않는 순환과정(cycle)은 존재하지 않는다.(위키백과)

이것이 무한동력기관이 만들어질 수 없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자연은 엔트로피가 증가하지 않는 방향으로는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열망이 늘 자연법칙을 따라 생겨나지는 않는 법. 중세시대 금을 만들어보려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근대 이후 화학의 발전을 가져왔듯 무한동력기관 발명가들의 열망은 전혀 엉뚱한 과학기술의 발견으로 그리하여 인류를 새로운 이상향으로 데려다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예술에 대한 열망이 자연법칙을 따라 생겨나는 것은 아니지만 인류를 구원할 메시지를 던져줄 수 있는 것처럼.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현상의 핵심은 물질대사이며, 이 물질대사의 핵심은 유기체가 살아있는 동안 불가피하게 산출하는 엔트로피를 유기체 자신에게서 성공적으로 떨어내는 것이라고 썼다. 생명을 스스로 엔트로피를 감소시킬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정의한 것이다. 무한동력기관은 존재하지 않지만, 물질대사를 통해 스스로 영구기관(반영구적인?)이 되려고 하는 것을 생명이라고 보았다.

 

예술과 생명현상, 그리고 엔트로피

엔트로피는 에너지의 자유도, 혹은 무질서도라고 번역할 수 있는데, 정보이론에서는 이것을 불확실성의 척도로 해석한다. 새로 산 카드 한 벌은 정보 엔트로피가 낮다고 할 수 있다. “1에서 12까지 오름차순으로 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하트, 크로바 무늬의 순서로 정렬이라는 짧은 정보로 상태를 기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 카드 한 벌을 마구잡이로 섞어버리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입력하여야 이 카드의 상태를 기술할 수 있게 된다. 정보 엔트로피가 높아진 것이다.

정보 엔트로피 이론을 예술에 적용해 본다면 예술행위는 엔트로피가 높은 상태(조소의 질료인 돌덩이, 혹은 이제 막 시작하려는 연극)에서 낮은 상태(질서와 형태가 잡힌 조각상, 막이 내려가고 하나의 세계가 완성된 연극)로의 전환이라고 볼 수 있다. 생명현상이 엔트로피의 증가를 거스르는 활동이듯이 예술행위 또한 엔트로피의 증가를 거스르는 인간의 활동인 것이다. 예술은 예술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적인 활동이 아니라,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 가진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누릴 수 있고 영위하여야 할 축복이자 생명의 굴레이다.

 

내 책상은 가만히 두는데도 시간이 지나면 열역학 제 2법칙에 따라 저절로 어지러워진다. 오늘 집에 가면 생명 가진 자로서 누릴 수 있는 예술활동을 좀 해야겠다고 반성한다. ...! 잔소리에 의한 청소는 나의 생명을 갉아먹지만(그래서 청소는 하기 싫다), 생명가진 자의 자유의지에 의한 청소는 생명의 축복임을 이제야 깨닫는다. 어머니로부터 30여년, 마나님으로부터 10여년 잔소리를 쳐듣고 난 지금에서야미련곰탱이 같이

- 마당극, 극작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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