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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한 장08] 검은 방2_윤이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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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245회 작성일 20-11-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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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총각. 저기 윗집 사는 총각 맞지?”

  나는 라면 봉지를 들고 서서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지 말어, 무슨 좋은 얘기라고. 알건 알아야지. 주민들이 옥신각신 했다.

  “저기 1층 말이야. 오늘 빼고 있는 짐말이야.”

  주민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을 이었다.

  1층에 살던 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녀는 무당이었다. 1층을 가정집 겸 점집으로 쓰고 있었다. 주민들의 사소한 점괘를 보며 소일거리를 했다. 그리 용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주민들은 종종 심심풀이로 그녀를 찾고는 했는데, 언제부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첫째 딸네에서 지내고 있다거나, 병이 생겨 요양을 갔다거나, 야반도주를 했다거나 소문이 뒤따랐다.

  집주인도 신경이 쓰였다. 월세를 받지 못한 탓이었다. 전화를 걸어 봐도 닿지를 않았다. 두 달째 연락이 되지 않자 집주인은 1층의 문을 두드렸다. 여전히 돌아오는 반응이 없었다. 집주인은 참다못하고 스페어 키로 1층의 문을 열었다. 하지만 집주인은 선뜻 들어서지 못했다. 입구에서부터 지독한 악취로 가득했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불상이나 촛대, 항아리 같은 것이 트럭에 실려 있었다. 트럭에는 폐기물 업체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새겨져있었다. 집으로 곧장 갈까하다가 1층 앞에 서성거렸다. 직원들은 물건을 옮기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발을 들여놓아도 딱히 시선을 주는 이가 없었다. 1층은 타일이 깔린 주방이 처음 보였고, 높은 문턱을 지나야 방으로 이어지는 구조였다. 문턱에서 힘겹게 불상을 옮기는 직원을 피해 옆으로 섰다. 그때 방안이 슬쩍 보였다. 처음엔 빛이 들어오지 않아 어둑한 것인 줄 알았다. 문턱을 지나 방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모든 벽면이 새카만 곰팡이로 가득했던 것이다. 한 치의 여백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곰팡이가 촘촘히 벽을 채우고 있었다.

 

  새 집주인에게 월세를 송금하며 전화를 걸었다. 새 집주인은 재개발 투자를 위해 건물을 사들였다. 건물을 직접 보고 거래를 하지는 않은 것이다. 계약서에 적힌 주소를 보니 시외버스를 타고 4시간여 걸리는 어느 지방의 아파트였다.

  “. 안녕하세요. 이번에 부동산 거래하신 곳의네네. 2층에 살고 있습니다. 방금 월세 보냈습니다.”

  전화를 건 것은 다름이 아니라.

  “다름이 아니라6개월만 지내다 나가려구요. 아니요, 집에 별 문제는 없습니다. 보증금을 그때까지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 감사합니다. 다만 입주할 때부터 곰팡이가 있었는데요. 아니요, 심하진 않구요. 알고는 계셔야 할 것 같아서. . 그러면 6개월 후에 부동산 통해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들어가십쇼.”

  전화를 끊고 나는 다시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