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빨

  • 자료실
  • 글빨

[철학사 넘기는 소리08] 라이벌_지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307회 작성일 20-11-05 09:50

본문

?[철학사 넘기는 소리08]

라이벌

지하

 

 

  라이벌

 

  칸트를 비판적으로 계승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물자체의 세계를 직관하고는 그것에 의지의 세계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런 쇼펜하우어가 죽도록 미워한 동시대 철학자가 하나 있었다. ‘와 쇼펜하우어는 같은 대학의 교수였다. ‘의 수업은 언제나 만석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쇼펜하우어의 강의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쇼펜하우어가 비대면 수업이라도 했던 걸까? 쇼펜하우어를 이토록 화나게 했던 를 알아보자.

 

 

  “진리는 전체다" - 게오르크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 1770 ~ 1831 )

 

  이전까지의 철학자들은 보편성의 기준이 단일하고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칸트도 마찬가지로 인간 이성에 있는 보편성은 객관적이며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헤겔의 생각은 달랐다. 헤겔은 역사적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나아가 세상 자체가 계속 변한다는 것을 파악한 것이다. 사과를 처음 본다는 가정을 해보자. 우리는 이 사과, 저 사과를 보며 사과에 대한 개념을 계속 수정하며 사과에 대한 인식이 넓어질 것이다. 이렇듯 헤겔은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사과를 넘어 우주 전체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잠깐 칸트를 생각해보자. 칸트는 물자체를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인식할 수 없는 무엇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게 가당키나 한 걸까? 혹시 물자체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되는 것이 아닐까? 헤겔은 칸트의 물자체 개념을 거부한다. 칸트는 우리 바깥에 있는 대상들에 대해 전혀 알 수 없으며 오로지 드러나는 현상만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대상과 대상을 인식하는 나의 절대적인 분리인 것이다. 헤겔은 이에 대해 나와 대상이 정말로 아무런 연관 없이 분리되어 있다면 어떻게 대상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냐고 묻는다. 헤겔에 따르면 나와 외부의 대상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상은 인식 가능한 것이다. 그렇다면 외부 대상과 나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여기에 헤겔은 대상과 나는 하나라는 답을 내놓는다. 한번 생각해보자. 인식하는 자와 인식당하는 대상이 하나라는 말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헤겔은 모든 것을 포괄하는 궁극적인 개념을 제시한다. 그것이 바로 정신이다. 헤겔에 따르면 이 정신이라는 것이 가장 실제적이며 본질적인 것이다. 헤겔에게서 세계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니라 정신이다. 대상을 바라보는 나도, 바라봄을 당하는 대상도 결국 정신이 드러나는 하나의 양상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절대적인 정신, 절대정신이 나와 대상, 그리고 세계를 포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절대정신이 드러나는 역사성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는 절대정신의 자기실현이라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동시에 절대정신의 자기인식이다. 그렇다면 철학자가 세계를 탐구하는 것은 철학자를 통해 세계가 자기 자신을 탐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절대(?對)정신은 대적할 자가 없는 완전함으로 향한다. 절대정신의 완전한 자기실현, 이것이 헤겔이 생각하는 세계의 목적이자 줄거리이다. 세계를 사실이 아닌 서사로 본다는 점에서 벌써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미 앞에서 말했듯이 이 절대정신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역사성 속에서 절대정신은 나아간다. 그래서 헤겔은 우리가 무언가를 제대로 인식하려면 그것의 역사, 즉 그것이 변화해온 과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변화에는 규칙성이 존재한다. 이것이 그 유명한 변증법이다. 변증법이란 간단하다. 현 상태에서 내부의 모순을 제거하면서 지평이 넓어지는 그림을 상상해보자. 이 과정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그것이 변증법이다. 헤겔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해하려는 그 순간 변증법의 원리에 의해 이해의 순간이 지양(止揚)되어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걸 반복하기 때문이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변증법은 세계의 운동 그 자체이기에 멈추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득 파르메니데스가 떠오르지 않는가? ‘전체이면서도 하나라는 전일성(全一性)’개념 말이다. 헤겔 이전의 전일성 이론은 개별자들의 비차이성을 강조함으로써, 전일적 존재를 신비화시켰다고 본다면, 헤겔은 자립적인 개별자들의 차이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체 존재와의 통일성을 이루어낸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리하여 헤겔의 전일성 이론은 사유와 존재의 일치라는 특유의 변증법적 원리로 설명되고 있다.? 또한 헤겔에서 헤라클레이토스를 엿볼 수 있다. 대립에서 통일로 나아가는 일, 이른바 존재와 비존재의 통일이 헤라클레이토스에게서 절대적이었던 것만큼이나 헤겔에게서도 이점은 마찬가지다.

 

 

  반()헤겔적 헤겔주의자

 

  헤겔은 독일관념론을 완성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근대 철학과 현대 철학을 구분하는 마지막 경계로 헤겔을 꼽는다. 근대철학의 계보를 헤겔이 이어받았으며 그와 동시기의 다른 학자들은 헤겔 철학을 비판하면서 현대 철학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헤겔주의자들은 현대 철학은 헤겔에 반대하던 찬성하던 간에 헤겔의 연장선이다.”라고 말한다. 또한 철학자 미셸 푸코는 철학자들은 어느 길로 여행하든 헤겔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어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이것으로 우리의 여정이 끝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