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빨

  • 자료실
  • 글빨

[가가멜의 솥단지03] 지물국시_신용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385회 작성일 20-07-16 14:16

본문

[가가멜의 솥단지03]

지물국시

신용철

 

 

미리 내어놓은 멸치국물이 없어. 정말 국물도 없는 날이야. '지물국시'는 소설가를 꿈꾸었으나 끝내 마찌꼬바(작은 공장) 노동자로 살았던 이의 손끝에서 넌출거리던 다발이야.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어쩌다 표류된 김씨(정재영)는 빛나는 대사를 날려. 비오는 날 제 몸에서 빚어낸 짠내를 먹으며 "나는 내가 너무 맛있다". 모든 목숨은 제 짠내가 있어. 지물국시는 국시가 품고 있는 제 짠내를 풀어내는 국시야. 국시 지()가 지()물로 만든 국시야. 끓는 국물에서 국시도 고명도 하나가 돼. 국시곰탕이야. 시린 새벽 자전차를 타고 마찌꼬바로 가는 이는 국시곰탕으로 살았어. 김씨표류기에서 빛나는 대사 한 마디 더. 물고기만 잡아먹던 김씨가 비둘기를 잡아먹고 "진화는 맛있어지는 과정이다". 직립보행이라는 어려운 통과의례를 거친 인간들이 제발 맛있어지기를 바래. 마찌꼬바 출신 노동자는 지금 아파트 경비원을 하고 있어. 전화를 해봐야겠어.

 

5eef5e6b7eecaa1c02ea906505cc551e_1594876575_3269.jpg
5eef5e6b7eecaa1c02ea906505cc551e_1594876576_9001.jpg
5eef5e6b7eecaa1c02ea906505cc551e_1594876578_6903.jpg
5eef5e6b7eecaa1c02ea906505cc551e_1594876580_774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