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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1] 고양이와 사는 방법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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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834회 작성일 20-06-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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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와 살기01]

고양이와 사는 방법

이기록

 

 

처음부터 길에서 태어난 고양이들도 많지만 버려진 동물들도 많다. 그들을 모두 키울 수는 없지만 주변에 살고 있는 동물들에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간간이 아직도 동물들을 학대하는 사람들의 기사를 보게 된다. 그들에게 동물들은 단지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우리는 어떤 생명체도 소유할 수 없다. 그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내 옆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다. 아주 편안한 자세로, 느긋~하게...

 

몇 년 전 원래 살던 집으로 다시 이사를 해서 들어왔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집이 비게 되자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결혼 전 살던 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었다. 공백이란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그 공백을 천천히 아물게 하고 있을 무렵 고양이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은 며칠이 지나도 계속 이어졌다. 왜 그리 애타게 우는지 무얼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며칠을 더 울어도 고양이는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이리저리 떠도는 길고양이일 따름이라고 생각했다. 고양이를 키워본 적이 없었기에 집 근처에서 매일같이 울고 있는 고양이의 마음 따윈 알 수 없었다. 곧 아내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고양이는 다가가도 피하지 않았다. 밥도 잘 먹고 울기도 열심히 울었다. 그러다 잠시 문을 열어 둔 사이 집에 막무가내로 들어왔다. 허락 따윈 받지 않겠다는 듯 구석에 들어가서 나갈 생각 따윈 애초에 하지 않았다는 듯 들어왔다. 이건 뭐 여기가 만만한가, 먼가, 어쩌란 건가.

 

그런데 고양이의 배가 불룩하니 임신한 듯 보였다. 새끼 밴 동물을 내쫓는 건 아닌 거 같아 키우기 시작했다. 제 집인 양 나갈 생각은 하지 않는 듯했다. 딸아이는 고양이에게 이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왜 그런 이름을 붙여준 건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딸아이도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이름을 붙였을 거다.

 

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4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그런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한 마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더니 나머지 새끼들도 힘이 힘겨워 보였다. 그렇게 고양이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니 가슴 쪽에 약간 기형이 있어서 힘들 것 같다고 하셨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1주일 안으로 이의 새끼들을 모두 하늘나라로 보냈다. 새끼들을 모두 보내었지만 이는 새로운 가족이 되었다.

 

이가 집에 살기 시작하고 새끼 고양이들도 보낸 후라 먹는 것도 그렇고 외로운 것처럼 보였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뒤 얼마 되지 않아서 나의 그리움이 그쪽으로 이동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원래 길고양이라 병원에 데려가서 검진도 받고 주사도 맞게 했다. 그러다 동물병원에서 잠시 보호 중인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새끼 고양이에게도 다잠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다잠이는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부러졌다가 약간의 장애를 입었으나 겉으로는 그렇게 티나지 않았고 상처도 잘 붙어서 잘 뛰어다녔다. 근데 너무 뛰어다녔다. 그래도 새끼였을 때는 괜찮았는데 몇 달 정도 지나자 문만 열어도 탐구정신이 피어나는지 온 동네를 활보하다가 밥 때가 되면 돌아왔다. 너무 활동적인 다잠이와는 다르게 이는 말 그대로 개냥이라고 해야하나. ‘다잠이는 시골로 보냈다. 너무 뛰어다녀서 도시보다는 시골에서 움직이는 것이 나을 듯해서였다. 현재는 이만 집에서 살고 있다. 간혹 이곳저곳 대변을 누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반려의 뜻은 생각이나 행동을 함께 하는 짝이나 동무를 뜻한다. 위로가 된다는 것은 함께 삶을 즐기는 것일 거다. 우연한 기회에 짝이 된 이에 대해 우리 가족 모두 기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