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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8.글쓰기의 기술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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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1-21 09:37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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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8. 글쓰기의 기술

현 수

 

 

아직 12월이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나는 한해의 끝을 조금씩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 지금 이 원고를 쓰고 있는 오늘부터가 그렇다. 당장 이 원고로 올해분의 연재가 끝이 난다. 그리고 오늘, 내가 올해 글을 봐 드렸던 두 분 중 한 분의 책이 서점에 입점했다는 연락을 접했다.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해 주면서, 나는 다른 한 분을 떠올렸다(편의상 S라고 칭하겠다). 나는 올해 꼭 S의 책을 출간시키고자 노력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

 

글을 쓰는 많은 이들이 글쓰기의 기술에 대해서 불신한다. 글쓰기를 영감의 영역으로 두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들은 존중한다. 나 역시도 한때 그랬으니까. 지금도 기술로 글을 쓰는 것보다는 영감에 따라 글을 쓰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첫째는 쓰고 싶은 글을 쓰라였다. 조금 더 정확히는 쓸 수 있는 글을 쓰라이지만.

한때라는 표현을 썼으니 하는 말이지만, 지금 나는 글쓰기의 기술이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리고 제법 필요하다고도 생각한다. 내 글을 잘 쓰기 위해서가 아니다. 내 글의 어디가 구멍인지를 알기 위해서다. 자기 글이 뭐가 잘못되었는지 도통 모르겠다 싶은 때에 글쓰기의 기술만큼 의지하기 좋은 것이 없다. 사실 우리는 특별히 정립하지 않았다 뿐 다들 어떤 기술에 의거해서 글을 쓰고 있지 않은가. 어떻게 글을 시작하는지, 어느 정도에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지, 어느 시점에서 떡밥을 풀지, 혹은 묘사에 공을 들일지, 이 문장의 역할은 무엇인지, 문단에서 혹은 글 전체에서 이 문장은 빠져선 되는지 안 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저마다의 기준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신은 그걸 정형화된 언어로 정리하지 않았을 뿐이다. 당신이 그러지 않는 성격이라면, 그걸 정립하는 성격의 사람들도 있다. 그걸 그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정리해 둔 공식으로서 영감의 영역을 공학으로 끌어내리는 죄악의 원천처럼 생각할 필요는 없다. 2X3을 외워야 6을 풀어낼 수 있는 건 아니다. 2를 하나하나 여섯 번 세어도 6은 나온다.

내가 작년에 가르쳤던 이들은 이러한 기술에 입각한 체계적 글쓰기를 하진 않는 분들이었고, 나는 그분들의 글을 이 기술에 입각해서 분석하면서 가이드를 해 드렸다. 컨텐츠 분석능력에 있어서는 세상에 평론가로 이름을 내 놓은 사람들만큼은 못 되더라도 제법 좋은 글을 보는 눈도 가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S는 그 중 한 사람이었고, 내가 좋은 글이라고 자신있게 거론했던 S의 글은 올해 세상 빛을 볼 기회를 놓쳤다. 나는 그때 내가 응모한 글이 떨어진 것만 같은 괴로움을 느껴야만 했다.

7화에 걸쳐 글쓰기의 기술을 이야기했던 내가 8화에 와서 이런 이야기를 왜 하느냐면, 결국 누군가 한 사람의 기준으로 글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여태 이렇게 글쓰기로 연재를 해 왔다고는 해도, 그만큼의 기술을 가지고서 파악하고 글의 맥락을 읽고 의미나 진솔함을 판단한다고 하더라도, 그 기준이 남과 다 같을 수 없고 세상일이란 뜻대로 되진 않는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 식이었다면 나는 지금 내가 아는 기술을 총동원해서 그럴싸한 글을 썼을 테고, 그랬다면 당연히 여기저기에서 글로 대성을 했어야 할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결국 글이란 앞서 말했듯 영감의 영역이고 세상의 진리를 한 문장으로 뽑아내는 것은 글쓰기의 기술이 아니라 삶의 기술인 것을. 반대로, 그런 뛰어난 통찰의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글로 그것을 풀어내는 건 역시 별개의 영역임을.

 

물론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은 없다. 책이 나오지 않았어도 여전히 S의 글은 좋은 글이다(내 의견을 피력하자면 좋은 글을 넘어 훌륭한 글이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낯선 감각이 있는지라 아마 앞으로도 책으로 빨리 나오기란 쉽지 않을지 몰라도 나는 여전히 내 판단을 굽힐 마음이 없다. 글쓰기, 그리고 그 기술에 관한 나의 입장도 그러한 것이다. 세상에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곱셈이란 방법의 한 가지일 뿐. 그러니까 기술이 아니겠는가. 나의 이번 연재글도 그런 지점에 있으니, 적당히 가벼운 에세이로 보아도 되지만 나름 얻어갈 것도 있었기를 바라며 이번 연재와 한해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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