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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5.사랑받는 글의 3요소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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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715회 작성일 19-08-2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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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5. 사랑받는 글의 3요소

현 수

 

 

개인적으로 내가 꼽고자 하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글의 3가지 요소는 다음과 같다. 물론 이견이 많은 것은 예상하고 있다. 매력적인 주동인물, 극적 특성, 그리고 해피엔딩이다.

 

하나, 매력적인 주동인물

이야기에 있어서 매력적인 캐릭터란 필수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이어야 하는 것은 주동인물이다. 매력적이라는 것은 긍정의 힘을 뿜어 대는 것이 아니다. 그 인물에게 이성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납득이 되고 끌려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무게를 싣자면 감정적으로 끌리는 쪽이 되겠다.

찌질해도 매력적일 수 있다. 못생겨도 매력적일 수 있고, 의존적이거나 무기력하거나 불평꾼이더라도 매력적일 수 있다. 매력적인 악당은 얼마나 많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끌린다고 해야 할까. 이끌리는 무언가가 캐릭터를 살아 있게 만들고 이야기 내내 독자가 인물에게 동화되게 만든다.

경우에 따라 주동인물보다 보조적 인물이 더 매력적일 수도 있다(적지 않다). 때로는 적이 더 매력적인 경우도 있지만, 주동인물에게 매력이 없다면 이 매력적인 적조차도 애매한 포지션이 되어 버린다. 보조적인 인물이 매력적인 경우에도 대개는 주동인물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 보조 인물에 비해 동등하거나 그 이상인 매력을 갖게 되고야 만다.

픽션에서 주동인물이 중심화자라면, 논픽션에서는 작가가 된다. 그렇다. 작가의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에세이는 충분히 어필할 수 있다. 심지어 허구적인 인물이 아닌 실제 인물이 한 선택(과 극복, 깨달음 등등)이기에 더 많은 공감과 응원이 뒤따른다.

 

, 도전적인 사건

이야기의 전개에 있어 변화는 핵심이다. 그래서 평범한 일상은 대체로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일상공감물은(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일상의 장면을 평범함의 수위 이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효과를 거두어들인다. 적어도 그 이야기를 접하는 순간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도드라지는 무언가가 된다는 뜻이다. “오늘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알람이 세 번이나 울리도록 못 깨어났다라는 문장이 글로 성립되는 순간, 이것은 절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이 아닌 게 되는 셈이다.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겠다. 변화는 보통 주동인물의 삶이 현상 유지를 하지 못하도록 뒤흔드는 무언가이다. 변화의 힘이 강하면 강할수록 사건은 도전적으로 된다. 그리고,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위가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이야기는 극적으로 흘러간다. 몸이 아파서 학교에 가지 못한다면 이건 비교적 평범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불치병에 걸렸다거나, 혹은 불의의 사건으로 학교가 무너졌다면 이야기는 극적으로 변한다(물론 이 정도로 극적이면 허구적이거나 상투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이야기에서의 변화는 그 이야기가 성립하게 만들어 주는 일종의 계기이다. 단일한 사건으로 극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무리한 과장으로 인한 오점이 되기 십상이므로 이왕이면 복합적인 사건을 통해 변화의 압박을 삼중 사중으로 가하는 것이 좋다. 주동인물은 변화를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둘 중 하나의 선택을 하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선한 인물이 악하게 만드는 변화를 거부하는 데에 동조하며, 악한 인물이 선하게 되는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에 동조한다. 인물들은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변화에 저항하게 되며, 그 저항의 결과에 따라 이야기는 희극과 비극으로 나누어진다.

 

, 해피엔딩

나는 보통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을 예로 드는 편이다. 배트맨 비긴즈를 기점으로 해서 놀란 감독의 영화는 전후로 나누어진다. 그 전까지 놀란 감독은 온전한 해피엔딩의 영화를 거의 만들지 않았다. 주인공이 비로소 평화를 되찾는다 하더라도 그것엔 뒤틀린 욕망의 충족이 뒤따르거나 혹은 죽음이 함께한다. 이러한 모순적인 세계관은 팬층을 형성하기에는 좋았으나 대중적 사랑을 받기란 어려운 과제였다.

그랬던 그가 배트맨 비긴즈 이후부터는 해피엔딩만 만든다. 메멘토에서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를 가진 놀라운 감독은 이제 인셉션, 다크 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을 작업한 거장으로 꼽힌다. 나는 놀란 감독이 이제 돈과 명성은 가질 만큼 가졌다고 판단하는 시점이 오기 전까지는 다시 비긴즈 이전의 영화 세계로 돌아가지 않을 거라 믿는다.

물론 마틴 스콜세지처럼 철저하게 모순된 세계로 일관하며 거장이 되는 이야기꾼들이 있기도 하지만, 해피엔딩은 사람들의 사랑을 보다 경제적으로받게 해 준다. 해피엔딩이 세상에 그만큼 많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상투적인 것이 왜 상투적이냐면, 그만큼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작가들이 손쉽게 차용하기 때문이다.

에세이는 어떠한가. 아마 어지간해서는 비극적인 에세이라는 건 거의 볼 일도 잘 없을 것이다. 에세이는 긍정적이다. 허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의 삶이라서 더욱 그렇다. 그 많은 현실의 비극을 외면함이 아니다. 실제 현실의 이야기라면 극복담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을 따름이다. 꼭 극복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화자가 삶을 긍정할 수는 있어야 한다. 내일은 좀 더 나아질 거야라든지, 그 어떤 형태로든.

 

. 당신이 대중에게 사랑받는 글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괜찮다. 그래도 된다. 결국 작가는 원하는 글을 써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욕심을 낼 거라면 그 욕심에 걸맞은 무언가는 할 필요가 있다는 거다. 대중에게 사랑받지 않아도 되는 글을 썼다면, 사람들이 몰라준다고 투덜거린다거나 대중의 수준을 낮잡아서 공격하지만 않으면 된다. 이건 자기가 원하는 글이 뭔지 모르는 거나 다름이 없다.

이야기는 어떻게든 뻗어 나간다. 번드르르하게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가능성은 무한하다. 이야기는 무한한 순간마다 존재하는 무한한 가능성 중의 단 하나를 골라 가며 풀어가는 흐름이다. 선한 인물도 악한 선택을 하고, 반대가 되기도 한다. 변화가 극복된다고 해도 매번 다 같은 시간과 같은 선택지로 풀리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의 묘수는 변화가 극복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변화가 어떻게 극복되는가에서 비롯된다. 어떻게란 육하원칙의 모든 정보는 물론 시점과 타이밍, 외부의 개입 등등의 그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 지점에서 내 이야기는 기존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달라질 수 있다.

달리 말하자면, 이 선택을 잘못하는 순간 이야기는 평범함에서 그 이하로 떨어진다. 그래서 선택이란 약이자, 독이다. 이쯤 되면 슬슬 눈치가 생기지 않는가? 다음 이야기가 무엇일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