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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살 것인가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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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543회 작성일 19-08-2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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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살 것인가

  이기록

  

 

올해는 3?1 운동과 임시정부 1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사실을 기쁘게만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지난 시대 제대로 반민족행위자들을 올바르게 해결하지 못한 과거가 지금도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우리의 발목을 잡고 이 여름 우리의 숨을 한 겹씩 막고 서 있다.

예전에는 가끔씩 나오던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요즘은 너무 자주 일어나고 있다. 단지 몇몇 정치인들의 편협한 사고방식이라고 말하기에는 그 빈도와 내용이 수준을 넘어섰다. 이렇게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난발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우리의 지난 과거와 마주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그 틈에서 무엇인가 찾기 위해 행동을 시작했다. 잘못된 것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더 이상은 그러한 잘못이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함께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시작은 201810월 한국 대법원이 일본 강제 노역 피해자분들이 일본 제철을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해당 기업에게 13년을 끌어 온 판결의 결과로 일본 기업 패소를 결정하면서 시작했다. 이후 이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일본의 총리가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세 가지 품목에 수출 규제조치를 하면서 한국과의 전쟁 아닌 전쟁이 일어났다. 이런 사실에 대응하고자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재 시점에서 진행되고 있는 불매운동은 단순히 보여주기 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일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과거와 제대로 만나는 광장인 것이다.

지난 역사에서 억압과 착취를 당했던 35년간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우리는 경제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누군가는 숨겨왔고, 다른 누군가는 너무도 많이 잊어버린 채 살아왔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역사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역사란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다시 말하자면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다.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측면에서 우리는 국가권력의 억압으로부터 우리 스스로를 지켜낸 많은 역사적 진실들을 마주할 수 있다. 거짓에 굴하지 않고 진실을 찾아나가는 힘이 있는 순간들을 지켜내면서 수많은 아픔과 상처를 치유해 온 것이다.

현재 우리는 마주한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잊혀 사라져가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갖게 된 것이다. 그리고 주체적인 시민의 힘으로 우리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렇게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의 결과로 유니클로의 매출이 70% 가까이 떨어지거나 일본 여행을 하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을 살 것인가? 일본 제품의 불매운동으로 모든 일본 제품을 사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왜 일본 제품을 불매운동을 하는지 그 과정과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직 치유하지 못한 상처들이 곳곳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수요일마다 울리는 할머니들의 목소리는 70년도 더 지난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함께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늘어나기는 했지만 기억하고 다시 기억하는 일들은 끊어지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처 많았던 시간의 소외된 아픔들을 기억하고 찾아내는 일들이 필요하다. 그동안 소리 높여도 들을 수 없거나 외면했던 소리들이 이번을 계기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릴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도 독일의 정치인은 2차 대전의 희생자에게 사과를 하는 장면이 빠지지 않고 기사에 실렸다. 70년이 지났지만 진정성 있는 사과는 이어지고 있다. 우리는 우리를 침략해 온 침략자들에게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도 못 받았으며 그들은 지금도 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 않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아베 정권에 의해 그러한 사실들이 명확해지고 있다.

무엇을 살 것인가도 고민해야 할 내용이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도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할 듯하다. 우리 속의 친일에는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해보고 청산해가야 할 것이다. 선구자라는 노래가 있다. 너무나 유명한 노래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해란강은 천 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라는 가사가 있다. 작곡가는 조두남이고 작사가는 윤혜영이다. 둘 다 친일 인명사전에 올라와 있는 사람이다. 그런데 아직 누군가는 선구자라는 노래가 독립을 위해 희생한 사람의 이야기로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아직 청산하지 못한 과거가 아니라 청산하지 않은 과거일 테니 용기를 가져야 할 시기이다. 우리의 평화로운 미래를 위해서

 

- 시 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