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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_이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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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조회1,570회 작성일 19-07-2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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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권

 

이기록

 

 

얼마 전 일을 하기 위해 만덕에서 집으로 오다 보니 구포 가축시장이 폐업한다는 소식을 담은 플랜카드가 날리고 있었다. 어렸을 때 구포 가축시장에 갔던 기억의 전부는 토끼, 염소, , 고양이까지 파란 텐트 안에서 도살하고 고기를 파는 사람들이 모여 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며 무섭기도 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기억은 그 냄새와 함께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붉은 비린내들이 얼기설기 뭉쳐 있는 느낌이란 것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그 냄새는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가도 변하지 않고 거리와 거리를 헤매던 냄새였다.

 

우리나라의 3대 가축 시장이라고 하면 구포시장과 대구 칠성시장, 성남 모란시장이라고 한다. 몇 년 전 모란시장은 폐쇄되었고 71일부로 구포시장이 폐쇄되었다. 지난 1일 구포 가축시장을 폐쇄하고 개 86마리를 구조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그리고 현재는 대구 칠성시장만이 남아 있다고 한다(크지는 않아도 다른 곳에도 남아 있는 곳이 있을 터이다). 그곳들 모두 60년 정도 가축시장이 이어져왔기에 수많은 동물들이 도살되고 팔리는 일들이 끊임없이 지속되었다고 볼 것이다. 그동안의 육식이 어쩔 수 없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의 우리가 육식을 소비하는 것에는 분명 문제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시절 여러 가지 유언비어처럼 몸에 좋다는 이유를 들어 가학적이고 고통스럽게 동물들에 대한 학대는 이어졌다. 흔히 보신탕이나 영양탕이라는 이름으로 개를 식용으로 잡을 때 드러나는 무자비한 폭력의 현장을 본 사람이라면 그 현장에 대한 날선 느낌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여겨진다.

 

이제 우리는 뒤를 돌아볼 줄 아는 시간을 살고 있다. 우리들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생명에게도 존중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는 과정에 선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동물권이나 동물보호법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동물권(動物權, 영어: animal rights)은 사람이 아닌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견해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동물들도 지구상에 존재하는 하나의 소중한 일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도 반려동물의 식용반대 청원이 1,000건 이상 올라왔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에게 중요한 일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동물보호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라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에 대한 직접적 위협 혹은 피해가 있을 때나, 어떤 동물을 다른 동물의 먹이로 부득이하게 사용해야 할 때를 제외하면 동물을 죽일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본다. 하지만 그동안 법원은 동물보호법상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혹은 '공개된 장소나 같은 종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만 유죄로 판결해 왔다는 것도 우리가 얼마나 생명에 대해 얼마나 잘못된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증거이다.

 

개인적으로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무차별적 도살이 답은 아니라는 것은 안다. 우리는 얼마 전 뉴스를 통해 멀쩡히 살아있는 생물들이 동물전염병으로 인해 그것을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산 채로 묻히는 광경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원인은 분명 다르지만 문제는 우리가 동물들을 대하는 방식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고 사람도 바뀌었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인식들에 문제를 제기하고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바꿔 나가자는 논의는 현재진행 중이다.

 

동물권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인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사람이 먼저여야 한다며 반대 주장을 펴기도 한다. 당연히 시장에서 살아왔던 사람들과 상생하는 방법들도 충분히 고려해야 된다. 이번 구포 가축시장이 철거되면서 어느 정도 그런 장치들이 마련되었다고 들었고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다면 얼마든지 해결책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는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이 분명하다.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억압과 고통을 당하는 생명체들이 있다. 여러 다양한 실내 체험 동물원이 늘어나면서 유리관에 갇힌 동물들을 보고 즐기며 먹이를 주고 만지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받게 해 병에 걸리게 하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우리가 지적하고 넘어가야 할 점은 이런 실내 체험 동물원이 아주 인간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아주 상업적인 인식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상위 포식자로서의 권리만을 누리며 지구에서 공존하는 존재로서의 의무는 저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어떤 비판 없이 받아들였던 인간주의적 시각을 버려야 할 때다. 우리의 시선이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지배자로서의 모습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생명체로서의 시선이 필요할 시점이 되었음을 우리도 이미 알고 있을 거다. 모든 동물들이 평등하게 지상의 삶을 누릴 수 있게 사고의 전환이 필요할 때인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주어야할 존중받는 인간, 생명의 모습이지 않을까.

 

 

- 시 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