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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라는 신화 - 자연은 자연적인가? (1-2)_수림(修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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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6-03 18:20 조회1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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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연주의와 철학

 

1.1 데카르트의 동화

근대 서양 철학사에서 데카르트의 위치는 특별하다. 아리스토텔레스-토마스의 목적론적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근대적 자아와 우주론의 프레임을 처음으로 당대 과학, 수학, 생리학에 근거하여 정초하고 근대철학의 문제들을 제기한 철학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에 '심신문제'라고 명명된 ‘신족과 거인족의 전쟁’에 도화선을 붙인 장본인이기도 하다. 심-신은 왜 문제가 되는가? 어떻게 문제가 되는가? 그의 실체 이원론은 쇼펜하워가 절망하며 언급한 적이 있듯이 ‘풀 수 없는 세계의 매듭’인가?

데카르트는 ‘근거를 상실한 세계’에 대한 불안을 가지고 모든 지식의 토대가 되는 보편적이고 의심 불가능한 진리를 탐구했다. 그는 방법적 회의를 통해 학문을 명석, 판명하며 의심 불가능한 근거 위에 정립하려 했다. 회의를 통해 마침내 그가 도달한 제1원리는 ‘cogito ergo sum’ 이라는 명제이다. 그는 전능한 악마를 가정하며 사유의 내용은 의심의 여지가 있으며 오류가능 할지라도 사유하는 주체는 의심의 여지없이 확실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회의를 통해 사유하는 자아 이외의 모든 것의 명석, 판명한 인식 가능성을 부정했지만 사유자 자체의 존재증명을 통해 외부 세계의 근거성을 복권시키려 했다. 여기서 그는 몸과 마음이 상이한 두 종류의 실체(심신 실체 이원론)라고 주장한다. 마음은 연장성을 지니지 않는 실체(비공간적이며 비-물질적)인데 반해 물질(몸)은 사유할 수 없으며 순수하게 물질적이며 연장성을 포함한다는 이론을 전개한다. 실체는 정의상, 불변하며 상일한 어떤 것이며 자기 자신의 존재 존립을 위해 다른 어떤 대상영역도 필요로 하지 않는 존재자이다. ‘실체’라는 개념이 함의 하고 있는 존재론적 독립성, 자족성, 폐쇄성으로 인해 상이한 두 실체 간의 상호작용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어려웠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두 실체의 결합체이다. 하지만 어떻게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지 않으며 무게도 가지지 않은 정신이 입자들로만 구성되고 크기와 모양을 갖추고 있는 물질 세계에 인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이 인과는 논리적으로 가능할까? 데카르트의 동화와 그 울타리를 살펴보자.

 

몸과 마음

데카르트는 지각자와 세계를 분리해놓은 상태에서 세계를 거울처럼 표상하는 순수 정신체인 ‘자아’를 상정했다. 이 자아는 환경과 신체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존재자이다. 신체와 마음은 서로에게 존재론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자족적이기에 독존 가능한 실체이다. 앞에서 살폈듯 데카르트에게 있어서 신체(corpus)는 분할 가능한 반면 사유자(res cogitans)은 분할 불가능하다. 그는 제1원리로 삼은 사유주체인 자아는 본성상 사유이며 어떠한 물질적-물리적 요소도 포함하지 않는 반면, 물질은 본성상 연장이고 어떠한 정신적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 않는 순수한 물질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정신-물질 이원론은 서양 근대의 인간중심주의적 세계관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과 같은 존재의 층위를 구분 할 수 있다.

A. 미시적 존재자 (물리적-화학적-양자적)   B. 대상적 사물

C. 기능단위로서의 유기체  D. 개인(개별자들)

E. 개체들의 네트워크  F. 상호인과적 환경

이러한 분류는 디지털적이다. A~F는 거시적-미시적 구분이나 이는 경험적인 것이지 선험적이지 않다. 한 층위와 층위 사이에는 연속성과 불연속성이 존재하며 또한 층위는 인류 지식의 변화에 따라 복잡계로도 접근 가능하다. 데카르트의 심신 입론은 사실상 A와 D의 관계일 뿐이다. 두 세계 외에도 여러 다른 조합이 가능하다. 다른 관계는 고려하지 않고 A, D 만으로 물질과 자아(그의 심물 규정 또한 배타적이다.)를 완결되게 설명 할 수 있다는 것이 데카르트가 범한 여러 오류들 중 하나이다. 스마트-플레이스의 중심상태 동일론이 퍼트넘 및 포더의 복수실현 논제에 의해 빠르게 사멸하고 1960년대 후반부터는 인지주의 혹은 기능주의가 분석철학의 주류 이론으로 부상되었다. 하지만 정신, 언어, 의미를 탐구함에 있어서 이러한 인지주의는 정신을 몸과 분리된 독립된 실체로 가정 한다는 점에서 데카르트적 전통을 이어 받았다. 명제적 인식을 기반으로 탐구한다는 점에서 초기 인공 지능 이론, 정보심리학, 형식 논리, 생성 언어학 등은 이러한 전통에 부합하는 탐구 방식이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정신 안에 구문론적 규칙이 있을 거라 가정하고 인간의 정신을 마치 컴퓨터와 유사한 것으로 이해한다. 이러한 탐구 방식에서 정신은 하나의 추상적 기능이며 신체적 요소는 인지에 아무런 직접적 역할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에 전통적 인지주의의 방법론적, 인식론적 한계를 넘어서서 2세대 인지과학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탐구에서는 은유(metaphor), 환유(metonymy), 심적 영상(mental imagery), 원형(prototype) 등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 2세대 인지과학의 탐구들은 (1) 정신은 신체화 되어 있으며(embodied mind) (2) 사고는 대부분 무의식적이며(인지적 무의식) (3) 추상적 개념들은 대부분 은유적. 이라는 테제를 공유한다. (정신과 물질, 몸과 마음의 존재론적 구획 문제는 이후 물리주의를 다룰 때 다시 조명하기로 한다.)

 

주관-객관, 주체-객체

데카르트는 스콜라 철학과의 단절을 위해 순수한 정신과 순수한 물질을 강조하면서 각각의 특징으로 주관성과 객관성을 분별했다. 이것은 양과 질의 대립으로도 간주 할 수 있다. 데카르트는 기계론을 염두에 두고 순수 물질을 강조한다. 뉴턴의 자연철학이 근대 체계를 정립함으로써 객관성과 수량적 측정이 학문적 방법의 확고한 이상으로 자리 잡게 된다. 역으로 물질적 요소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제1원리’는 순수한 주관성의 영역이 된다. (데카르트의 유산 중 물질 세계 일원론을 선택한 학자들을 크게 보아 물리주의, 코기토의 인식론적 우월성을 강조하는 쪽을 관념론이라고 크게 분류 할 수도 있다. 양쪽은 서로 상반되는 입장 같지만 그의 존재론적 프레임을 답습하기에 동일한 문제가 반복된다.)

논리실증주의를 바탕으로 현대의 -분석적- 심리철학이 시작되었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데카르트의 안티테제로 여겼었다. 데카르트가 상정했던 유한실체와 무한실체들은 검증규약에 의하면 ‘철학적 개소리’ 정도에 불과했다. 그들은 존재론을 제거한 채 의미론적으로 심신문제를 탐구했으며 논리적 행동주의라는 현대 기능주의의 모태가 되는 이론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완전히 형이상학을 다루지 않은 것은 아니다. 헴펠을 필두로 한 그들은 심리학의 모든 문장들이 물리학의 언어로 번역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과학적으로 주장하거나 논박할 수 있는 문장이 아니라면 사이비문제(참, 거짓 판정 자체가 불가능한)이기에 의식에 대한 ‘1인칭적 특권’을 부여하는, 데카르트의 주관적 내성에 근거한 의식이론은 사이비라고 주장하며 객관적이고 3인칭적으로 관찰 가능한 대상만을 심리철학의 근거지로 삼으려 했다. 이 1인칭과 3인칭의 구분은 내재론과 외재론, ‘설명적 간극’ 문제를 발생시킨다. 많은 분석철학들은 의식의 본질을 해명하고자 할 때 1인칭적 접근 방법, 곧 그들이 내성(introspection)이라 부르는 방법을 의식을 신비화하며,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를 거부하는 접근이라 여긴다. 헌데 ‘내성’이란 무엇일까? 후설은 그의 <논리연구>에서 현상적 영역을 마음 안에 위치 시키는 것, 현상적 영역에 접근하고 기술할 수 있는 방식을 안으로 시선을 돌림으로써 제언하는 것은 ‘형이상학적 오류’라고 지적한다. 의식의 외부와 내부, 지향적 의식과 현상적 의식을 인위적으로 분할 하는 것은 소박한 실재론적 입장으로서 현상학적으로는 의심스럽고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의식의 내부(1인칭)와 외부(3인칭)에 대해 이항 대립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의식은 두개골(몸으로 확장시켜도 무방하다)의 내부에 있고 세계는 몸밖에 있다는 생각을 암묵적으로 지지한다. ‘관점 없는 봄’으로서 인식자에게 독립된 세계를 상정하면 세계에 마음 혹은 자아가 들어 설 자리가 없다. 객관적 실재성이 결여된 정신을 상정하면 대상영역의 근거성은 사라진다. 주체와 객체에 대한 새로운 이론틀이 필요한 지점이다. 이 문제는 1.3<물리주의, 거의 불충분한 현대의 신화>에서 다시 다룰 예정이다.

 

참고문헌

백도형(2014) 『심신문제

E. M. 커리/문성학 역(1993) 『데카르트와 회의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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