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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어디인가요_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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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5-31 17:57 조회5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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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집은 어디인가요

인하

 


“บ้านเกิดที่ไหน” (고향 어디니 ?)

“ฉันหรอ ไม่มีบ้านเกิด” (나? 고향 없는데)

 

에스(S)의 집(house)은 방콕이다. 그녀가 치앙마이에 오게 된 건 순전히 일 때문이다. 온지도 어느덧 삼 년이 지났다. 하지만 올해는 꼭 방콕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다음달에 있을 거라던 발령 소식을 내심 기다리는 눈치였다. 방콕이 고향이냐는 물음은 그 순간 무심코 튀어나온 말이었다. 허나 기묘하게도 에스는 내 질문에 대꾸하지 않았다. 도리어 당혹스러워 했다. 이유인즉슨 그녀에게는 고향이 없기 때문이란다.

고향이 없을리가 만무하다. 필히 내 질문이 잘못된 탓이리라. 그래서 다시 고쳐 물었다. 어디서 태어났니. 그러자 더 얼쑹한 대답이 돌아왔다. 거기도 고향은 아닌데, 태어나긴 했어도 거기서 자라진 않았으니까. 그럼 자란 곳은 어디냐, 아니 가장 좋았던 곳은? 그녀의 고향을 찾기 위한 집요한 나의 추궁이 이어졌다. 하지만 시종 타분한 응답만이 그녀에게서 돌아 올 뿐이었다. 그리고는 이윽고 이 답 없는 물음에 진저리가 났는지, 에스는 단호하게 딱 잘라 이렇게 말했다. 그런 곳(고향) 없어!

경찰 공무원인 부모를 둔 덕에 삼 년마다 거주지를 옮겨야 했다. 이러한 성장 이력 탓에 그녀에게는 딱히 고향이라 여길만한 곳이 없었다. 대신 각기 다른 방언을 구사하는 능력을 얻었다. 태어나고 자란 그곳이 곧 내 고향이자 집이라는 상식은 그녀에게는 통용되지 않는 셈이었다.

이는 비단 에스만의 특별한 내력은 아니다. 미얀마/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인 더블유(W)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이 있냐 물었을 때다. 돈을 많이 번다면, 이라는 전제를 두긴 했지만, 잠시의 망설임도 없었다. 돌아갈 거라고 했다. 태국에서 지낸지도 이제 십 년. 같은 타이야이족 출신 남성과 만나 일찍이 결혼도 했고, 부모를 제외한 가족 대부분 역시 이미 태국에 정착한 상태다. 하지만 일가친척이 모인 여기(태국)가 그녀에게는 여전히 집(home)은 아니었다.

반면 미얀마/버마에서 온 카야족 난민인 엔(N)은 더불유(W)와는 사뭇 다르다. 미얀마/버마 정부와 민족 사이에 갈등이 한층 첨예했던 순간에도 고향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총과 칼을 들었던 그였다. 하지만 더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록 난민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국에서 그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일지라도, 세 아들을 비롯한 가족이 있는 이곳이 이젠 그의 집이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국가, 사회를 경계 짓는 울타리를 넘나드는 이동이 빈번한 오늘날, 당신의 고향/집이 어디냐는 물음은 더이상 당연한 응답들을 호출하지 않았다. 태어난 곳=고향=집이라는 상식의 문법은 새로운 터전을 찾아 나선 이주자들의 여행 속에서 계속해서 변모해 갔다. 예를 들어 실향민의 신세로 전략해 세계 도처를 떠도는 난민들은, 자신들에게 주어진 작고 볼품없는 자리들 예컨대 난민캠프 혹은 임시 보호소란 일시적인 공간 속에 속박 당해도 각자의 생에서 터득한 삶의 전략들을 통해 그들만의 터전을 일구고, 부서진 일상을 재건했다.

사람들은 이렇듯 그들의 집을 떠나고, 또 새롭게 지으며 계속해서 어딘가로 흘러 간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해묵은 공식을 통해 이들을 바라 본다. 마치 서방국가들이 식민치 통치국의 토착민과 민족들의 끊임없는 유동성은 무시한 채 (말리키(Maliki) 식으로 표현하자면) 땅(Soil)=모국(Homeland)=문학(Culture) 공식으로 그들의 민족성을 써내려 갔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이주자들은 당신의 집은 어디냐란 물음과 너의 집으로 가버려라는 명령에 포박당한 채 영원한 이방인으로 남겨진 것이다.

 

1. 글을 쓴다. 태국에서 소수민족과 난민에 대해 공부중이기도 하다.

2. 타이야이족은 미얀마/버마의 샨주에 거주하는 샨족 소수민족을 의미한다. 매홍손을 비롯한 태국의 북부 지역에도 상당수가 거주중이다.

3. 카야족은 미얀마/버마의 카야주에 거주하는 민족으로 카렌니족이라고도 칭한다. 카렌족 중에서도 레드 카렌족을 의미한다. 카야주와 국경을 마주한 태국 북부 지역에도 거주하고 있으며, 특히 8,90년대부터 난민들의 이주가 급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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