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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1.대화로 보는 글쓰기 기초 강의_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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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5-09 21:14 조회14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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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기술>

1. 대화로 보는 글쓰기 기초 강의

현 수

 

 

  

2018년에 두 가지 글쓰기 관련 특강을 진행했는데, 그 중 하나가 고백형 편지쓰기 프로그램이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누구나 편하게 글쓰기를 할 수 있게끔 고안한 그 프로그램에 참석한 한 분이 말씀하시길, 자기는 글을 정말 쓰고 싶고 잘 쓰고 싶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글은 다소 두서가 없었기에 하루는 날을 정해서 아주 기초적이고 원론적인 글쓰기 이야기를 들려 드렸다.

 

글쓰기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자 할 때, 나는 주로 대화의 경우를 가정할 것을 권한다. 기본적인 조건에 있어서 대화와 글쓰기는 판박이이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을 타인에게 문자로서 전달하는 것, , 발화자(=글쓴이)와 청자(=독자)와 말(=)이 존재하는 관계인 것이다. 좋은 글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린다면,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로 질문을 바꾸어 보도록 하자. 그리고 생각해보자. 우리가 살면서 숱하게 나누는 대화들 가운데에 좋은 대화는 어떠했는가를.

 

보통 좋은 대화는 할 말이 분명하고(명확한 주제) 그 내용이 이해하기 쉬우며(적합한 표현) 논지가 타당하고(적절한 사고) 쓸데없는 말이 없다(간결성). , 이 네 가지만 갖추어지면 기본은 하는 글인 셈이다. 말이 참 쉬운 것 같은데 이 수준이라면 쓰기 교과서의 내용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니, 이야기에 살을 좀 붙여 보자.

 

대화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를 떠올려 볼 수 있겠다. 표현, 설명, 설득. 우리가 목적이 있는 행위를 한다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끔 해야 하지 않겠는가. 먼저 설명으로 가보자. 설명을 잘해서 다른 사람들이 원래는 몰랐던 무언가를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려면 적합하고 간결한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말이 두서없이 장황하고, 한자어나 전문용어가 난무하며, 문장이 불필요하게 길다거나 수식어가 많다면 실패다. 보통 대화에서 이런 사람은 뭔가를 많이 떠드는데 들을 내용은 별로 없는 이야기를 풀거나(그래서 대화가 시간 낭비로 느껴진다), 자기만 아는 내용을 자기만 아는 수준으로 말한다(그래서 사람을 멍하게 만든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와 문장을 사용하지 못하면서, “아니, 이것도 몰라?”라는 태도를 취하고 팔짱을 낀 채 콧방귀를 뀐다. 반대로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은 상대의 분위기를 봐가면서 어려운 말을 풀어서 설명하고, 비슷하고 좀 더 쉬운 개념으로 빗대어 말하며, 구구절절하기보다 과감히 생략할 것은 생략하고 넘어간다.

 

둘째, 설득을 잘 하려면 논리가 적절해야 한다. 사실 이건 정말 공부를 해야 하는 부분이다. 설득력 있는 논리라는 것에 대해 한두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기술적으로 이걸 늘리는 방법이란, 많이 말하고 많이 쓰면서 동시에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 한다. 말하고 쓴 것에 대해 남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들으며 자신의 논리를 키워가야 하고, 남이 쓴 좋은 글을 읽으면서 그 논리를 배워가는 거다. 보통 이 부분이 약한 사람들은 남에게 듣는 법이 없는 편이다. 옳고 그름에 대한 관념이 강한 것과는 별개로 주변의 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감각이 없어서 세상에 자기 말만 옳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는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빨리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전환하는 태도를 보고 자신이 꽉 막히지 않았나를 짐작해 볼 수 있어야만 하는데, 사실 그게 될 거 같았으면 애초에 그 지경까지 오지도 않았다.

 

셋째. 자기표현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를 알아야 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뭘 써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종이 앞에 앉는다. 결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말이 뭔지 스스로도 모르는데 무슨 글을 쓴다는 말인가. 물론 그런 사람들이 있다. 일단 써 가면서 방향을 잡는다고. 나도 그렇게 많이 써 봤지만 추천하는 방식은 아니다. 실패할 가능성이 크고 손도 더 많이 간다. 무엇보다 이런 사람들이 슬럼프를 겪으면 극복을 못하고 영원히 손을 뗀다. 그 동안 뮤즈님이 손을 내밀어줬다고 해서 그것이 영원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자기성찰적인 고민이 끊임없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글쓰기와 대화의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아무렇게나 말을 던졌을 때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주는 청자와는 달리 독자는 내가 글을 쓴다고 해서 곧바로 화소를 던져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이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글에서 좀 더 상세하게 이야기하겠다).

 

글이 지나치게 길어지니, 일단 여기에서 한 번 정리를 하자. 글이 쓰고 싶은가? 우선 무슨 말을 할 건지를 생각하라. 보통은 어떤 경험을 쓸 테니까, 그 경험의 결론으로 내가 깨달은 바를 생각하라. “세상 사람들은 다 도둑놈이다이든, “쓰레기 더미 속에서도 보물이 있을 수 있다이든. 한 문장으로 딱 떨어지는 주제를 먼저 생각하고 글을 쓰기 시작하라. 쓰다가 뒤집는 건 나중 문제고, 그 주제가 뻔한지 아닌지를 고민하는 것도 나중 문제다(당신이 어느 정도 글을 쓰던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리고 쓰기 시작하라. 한 문장 한 문장 쓸 때마다 그 문장이 주제와 관계가 있나 없나를 생각하고,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없다면 어지간하면(어지간하면에 대해서도 이어지는 글에서 더 설명하겠다) 빼라. 그렇게 해서 다 쓰고 나면, 이게 말이 되는지 안 되는지 생각하면서 두 번 읽고 세 번 읽어라. 글쓰기의 가장 기본적인 핵심은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다음 번 이어지는 글에서는, 어지간하면에 대해서 설명하겠다. ‘독자는 곧바로 화소를 던져 주지 않는다는 대충 4화나 5화쯤 가면 설명하지 않겠나 싶다. 나는 이번 8편의 연재글을 끝까지 다 계획하고 쓰고 있지 않다. 그저 이번 화까지만 계획했을 뿐.

 

 

 

-글을 썼던 사람앞으로 글쓰기를 가르치고자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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