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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책방_김석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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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5-03 22:51 조회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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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책방

 

김석화

 

 시장 안에 책방을 열고 육 개월이 되어간다. 겨울, 봄 두 계절을 보내고 새로운 계절 앞에서 이곳은 며칠 후면 문을 닫는다. 

 

 처음엔 시장 안의 책방에 대해 아무런 의문을 가지지 않았다. 걸어서 출근이 가능한 곳을 찾았고, 그런 곳이 지금 시장 안 가게였다. 시장과 책방이 어울리고의 여부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니 그냥 가능할 거라고만 여겼다. 그러나 지인들도 시장의 이웃 어른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의문을 가졌던 듯하다. 책방이 왜 하필 시장에 있는가 하고. 그것에 대한 깔끔한 답을 나는 가지고 있지 않다. 누군가 그렇게 물어오면 대답한다. 집에서 걸어 다니려고요. 그러다 점점 나 또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책방은 국밥집, 옷 수선집, 돈까스 가게와 나란히 이어있다. 그래서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모른다. 이곳에 책방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호기심 이상의 접근은 하지 않는다. 뚫어져라 쳐다는 보지만 절대 문은 열지 않고, 신기하게 구경은 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는다. 이런데 책방이 다 있네! 사람 대신 이런 말들이 문틈을 넘어 들어온다.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지만, 그 시선은 오래 머물지 않는다. 그렇게 종일 지나쳐만 가는 사람들을 나는 바라보고, 그들은 손님 없는 책방을 그저 무심히 쳐다보았다. 

 

 아침빛이 잠시 들고 나면 거의 드나드는 이가 없는 곳. 이것은 ‘작은 책방’ 생태계의 문제일 수도 있었고 우리 책방만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두 개가 겹친 것이 더 맞겠다. 어째든 나도 무언가를 파는 사람이 되었는데 시장 안에서 나만 팔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단골이 몇 명 생기고 독서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SNS나 소문을 듣고 띄엄띄엄 찾아오는 이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우아한 취미 생활쯤으로 여기는 말과 이런 데 무슨 책방이냐며 찌짐이나 술을 팔라는 말과 월세는 나오냐는 말들 틈에서 나는 자꾸 움츠러들었다. 시장 안에 책방은 정말 이상한 걸까. 

 

 책방 너머는 매일이 분주하다. 종일 돈까스가 튀겨지고 국밥이 끓고 트럭에서 물건을 싣고 내린다. 생활의 소음이 배음으로 깔리는 사이 책방은 어떤 소음도 움직임도 만들지 못한다. 그들이 일하는 사이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 된다. 종일 일하는 사람들과 종일 책만 읽는 사람. 의문스런 시선들이 책방 유리를 넘어 그대로 나에게 꽂혔다. 

 

 동네 책방이 잘 되는 일은 흔치 않다. 사라지는 만큼 새로 생겨나고 또 생긴 만큼 사라진다. 책방 운영이 시장 원리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지난 시간 동안 내게 먼지처럼 쌓인 고민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동네 책방인데 동네 사람들은 전혀 드나들지 않는 외딴곳이라는 느낌. 그것은 나이든 사람이 많은 지역적 특성과 문화적 요인이 섞여 오묘한 거리감을 드러냈다. 여기 죄다 노인인데 노인들이 무슨 책을 읽어? 시장 사람들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 농담으로 호통 치던 그들의 말이 맞았다. 그래서 시장과 책방이 서로 섞일 수 없다는 사실. 사람들이 가졌던 의문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기운 빠졌다. 의도치 않게 나는 오기를 부리고 있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시장과 책방은 어울릴 수 있다고. 그들에게 나는 소위 ‘먹는장사’를 해야 할 자리에 되지도 않는 ‘책장사’를 하며 박혀 있는 사람이다. 순환되지 않는 물건들을 잔뜩 쟁여놓은. 물론 이런 생각은 바깥의 시선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하는 나의 망상이나 한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동네와 책방 사이에는 어떤 인사나 안부의 말도 오가지 않는다. 몸을 쓰며 일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는 사람 사이에 벽이 생기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어떤 할아버지의 말이 떠오른다. 내가 친구랑 내기를 했어, 이 책방이 육 개월 안에 망한다, 안 망한다로. 나는 망한다에 걸었지. 농담처럼 건넨 말끝에 한 마디를 덧붙이셨다. 하지만 이 책방이 이 동네에서 없어지면 그건 부끄러운 일이야. 

 

 망하지는 않았지만 육 개월 만에 책방은 이곳에서 사라지고, 새로운 곳에 터를 잡는다. 이 시장 안에서 나는 버티지 못했다. 책방이 망하는 것으로 내기 하지 않도록 그곳에서는 좀 더 분주하게 움직일 생각이다. 책방을 열면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말과 달리 지난 시간 너무 열심히 책만 읽었기에. 사람들이 묻는다. 왜 이전하느냐고. 너무 시끄러워서요. 햇빛이 들지 않아서요. 내가 느낀 고민을 설명할 길이 없기에. 세상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차벽을 실감하고 그것에 졌기에. 말에 담기지 않는 마음의 먼지들을 후후 불어가며 말한다. 빛이 좀 더 오래 머무는 곳에서 나는 다시 책을 팔 예정이다. 

 오늘도 내일도 아무튼, 책방.

 

*제목은 ‘아무튼 시리즈’에서 차용했습니다.

 

 

-‘책방 한탸’를 운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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